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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PEN EE-3 + Fujifilm Superia 200 + CanoScan LiDE 600F


경복궁옆에 있는 박물관입니다. 올해까지 입장료가 무료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비도 오고, 마침 무료라기에 들어갔습니다.
실내에서 몇 컷 찍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걸더라구요.
"역사 좋아하세요?"
뭐.. 뭐지.. 하고 봤는데... 대학생쯤 되는 아가씨였습니다 +_+;
"딱히 싫지는 않고, 이런 박물관은 좋아요."
대답이 맘에 들었던 걸까요.
자기는 이런 우리나라의 역사가 참 좋다고, 젊은 사람들이 더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딱히 심심했던건 아니지만, 모르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준 용기있는 그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대답도 해주고, 물어도 보고 하니... 어느새인가 옆에서 가이드를 해주면서 안내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저래 한바퀴를 같이 휙 돌아보고나니 밖이 좀 어두워 졌더군요.
"오늘 참 고마웠어요. 괜찮으시면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실래요?"
전 당연히 거절하겠거니 제안을 했습니다. 솔직히 고맙기도 했구요.
하지만 왠걸,
"아~ 그래도 될까요? 고마워요" 하더라구요~

해도 지고 비가 온 탓인지 날이 꽤 추워져 있었습니다.
마침 근처에 스타벅스가 길건너에 있더군요. 왠지 신기했습니다. 어떨 때는 암만 찾아도 보이지도 않던 커피숍이 바로 있다니..;;
같이 들어가서 커피를 시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윤정이라고 했습니다.
경주에서 올라온 대학생인데, 휴학중이라고 하더군요. 집은 용산쪽에 있고...
조리있고 자신있게 말하는 모양이 참 당차보였습니다.

'벌써 시간이 저녁때가 됐네. 저녁이라도 먹이고 보내야 되는 건가... 왜 얘는 갈 생각을 안하지? 내가 맘에 드나??'
시간이 1시간쯤 흘렀을까요. 이런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쯤 부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잘 되야 저에게도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부터 시작을 하더니, 갑자기 조상님 얘기를 하고, 천신.. 인가요??..
그 분께 정성을 들어야 제가 잘 된다고...;;;;

아...

요새는 이런식으로 낚더군요.

여러분 조심하세요 ㅡ_ㅡ;

여차저차해서 나한테 원하는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오늘 당장 정성을 드려야 한다고 하네요.
오늘은 절대 안된다... 내일 하자... 내일은 시간이 된다... 이렇게 설득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노련하더군요.
절대 안된다... 들은 즉시 바로 해야 된다... 너 잘되고 싶지 않냐... 이렇게 반격을 했습니다.
나중엔 지쳐서, 그래 한번 가보자 라고 할뻔 했습니다..;;
결국엔 "아 오늘은 안되고 내일 보자니까요. 싫으면 어쩔수 없구요" 하고 나와버렸습니다.

밖으로 오니 벌써 저녁시간도 한참 지났고, 비도 더 오더군요.
우산도 없는데.. 아까 갔으면 비도 안 맞았겠다.. 생각하면서 슬슬 뛸 준비를 할 찰나에
"잠시만요'
뒤에서 그녀가 따라왔습니다.
"그럼 내일 9시에 7호선 청담역에서 봐요. 약속 꼭 지켜야 되요."
이러더니 분에 안 풀리는 듯 몇마디 더 했습니다.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된다고 몇번을 신신당부 했습니다.
제 전화기도 뺏들듯이 가져가더니 제 번호도 따 갔습니다.

솔직히

궁금해서 가볼려고도 했습니다.

다음날 새벽부터 문자가 오더니, 3시로 바꾸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진 않았어요. 솔직히 저런거 좀 무섭기도 하고... 사기 치는거 같기도 하고...;;;

저주의 문자를 퍼붓더군요.
인간이 그렇게 살면 안된다... 너 각오해라... 사람이 되라...;;;;;;

아~

고궁박물관을 생각하면 그녀가 생각납니다.

아직도 거기에 있을까요? 가면 또 만날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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